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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죄형법정주의

1. 죄형법정주의의 의의 및 사상적 배경 

 

죄형법정주의는 근대형법의 기본원칙으로서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언하면 어떠한 행위를 범죄라 하며 그 범죄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하느냐 하는 것은 미리 성문화된 법률로서 규정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부도덕적이고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을 행위라 할지라도 법률이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처벌되지 아니하고 범죄로서  처벌된다 하더라도 미리 법률에 규정된 형벌 이외의 형벌로서 처벌되지 아니한다는 것을 말한다.

죄형법정주의는 절대군주의 봉건적인 죄형전단주의에 반항하고 봉건적 법치권력을 부정함으로서 절대군주의 자의적인 침해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절실한 요구에 의하여 주장되었다. 

일반적으로 그 기원을 1215년 영국의 대헌장에서 찾고 있다. 이 대헌장의 정신은 그 후 미국의 독립선언(1776), 프랑스의 인권선언 (1789)에 계승되어 1810년 프랑스 형법 제4조에 "어떠한 범죄에 대하여서도 그 범죄 전의 법률에 의하여 선포되지 않은 형벌로서 처단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리하여 근대 각 자유국가의 헌법에 규정되고, 우리 헌법도 제13조에서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 12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사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죄형법정주의의 사명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데 있으므로 그 당연한 귀결로서 다음과 같은 파생원칙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관습형법 금지의 원칙

죄형법정주의의 원래의 취지가 형법의 연원을 성문법에 한정함으로서 재판관이 범하기 쉬운 죄형전단의 폐해를 제거하려는 것인 만큼 성문법이 아닌 관습법의 적용은 형법에서 배척하는 것이다.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이 원칙은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유추해석의 방법을 채용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유추해석이란 어떠한 법규를 그 법규의 문언에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나 이와 유사한 사실에 적용하여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은 인권과 자유에 대한 예외적 규정이므로 그 해석은 엄격한 것이라야 하므로 유추해석을 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가져오게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된다. 

 

-형법효력불소급의 원칙

이 원칙은 형법 실시 이전의 범죄에 대하여는 형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면에서 볼 때 형법 폐지 후에 이루어진 범죄에 대해서도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소급하는 편이 피고인에게 유리할 때에는 소급할 수 있다. 

 

-명확성의 원칙

예컨데, 공공질서를 해하는 자는 처벌한다는 식의 규정은 어떠한 행위가 어떠한 형벌로 처벌되는가를 명시하지 않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그리고 형기를 전혀 확정짓지 않고 유죄의 선고만 해 놓고 복역 중의 행형성적에 따라 그 기간을 결정하는 절대적 부정기형도 형을 행정권에 의하여 결정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상대적 부정기형은 소년범에 대하여 인정되고 있다. 

 

적정성 원칙(과잉형벌 금지)

과잉금지의 원칙 혹은 비례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과 그로 인해 보호받는 법익간에 서로 형평이 맞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처벌의 목적 자체가 정당해야 하고, 처벌 수단은 그 목적에 적합해야 하며, 처벌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나 침해는 최소화해야 하며, 처벌이 의도하는 공익상의 효과를 능가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살해한 경우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단순)절도나 (단순)폭행명예훼손(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죄)이나 모욕죄 등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까지도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등 범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중된 형벌을 가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또는 아직도 이슬람 일부 국가에서는 절도의 경우 손발을 자르거나 하는 가혹한 형벌을 과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것은 법률에 그 조문이 있고, 명확하며 행위시법주의에 위반됨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구절도 무자비한 엄벌주의라는 오해와는 다르게 오히려 이 적정한 형벌 원칙에 가깝다. "눈을 해치면 꼭 눈을 해쳐라"라는 복수가 아니라 "눈을 해치면 그 대가로 눈만 해쳐야지 죽이거나 해서는 안 된다"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죄형법정주의의 다른 원칙들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인정된 원칙이고,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국가에서 법률을 이용한 공포정치 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며 실질적인 인권보호에 활용될 수 있는 원칙이기 때문에 실질적 의미의 죄형법정주의 또는 현대적 의미의 죄형법정주의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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